002년 기초과제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하신 이종구 교수님의 도서가 “대한민국학술원” 2008년도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 선정로 선정되었습니다.
1960-70년대 한국 노동자의 계급문화와 정체성 - 이종구 외(도서출판 한울)는 2002년 기초과제 연구의 성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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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노동 연구는 노동시장, 노동쟁의,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비롯한 거시적 주제 중심이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자 개인에 대한 미시적 고찰이 수반되지 않은 채 진행된 연구는 외국에서 개발된 거대 담론의 적용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세밀하고, 미시적인 ‘노동자’의 사회적 행위와 의식세계에는 닿지 못해왔다. 이 책에서는 노동자 연구를 위하여 새로운 연구방법론인 구술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였던 노동자들이 객관적인 제도와 사회적 규범 속에서 어떻게 노동자로서 살아왔는지를 치밀하게 밝히고 있다.
구술사 방법론은 사회학, 인류학 등의 학문 분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계량적 방법론과 함께 널리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개별 연구자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를 연구하는 집단 프로젝트에서 구술사방법론을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특히, 산업화 초기 노동자 연구에서는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구술사 방법론을 통해 무엇보다도,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왔던 노동자 자신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사실들을 그들 자신들의 기억과 평가를 통하여 재구성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3년여에 걸쳐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일구어낸 연구 성과를 앞서 출간된 1, 2차년도 3권과 함께 총 5권의 단행본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상과 같은 연구성과는 보존 가능한 기록으로 전화된 기억에 대한 분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1980년대에도 노동현장에 있었고 대부분 현재까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즉, 1960~70년대의 노동사는 현재 한국의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의 생애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노조나 노동단체 혹은 기업과 같은 ‘힘 있는 주체’의 역사는 많은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던 반면 아래로부터의 역사, 즉 노동하는 주체들이 자신들 스스로에 대해 진술하는 역사에 대한 관심은 거의 누락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노동현장, 가족과 일상생활 속에서 노동자계급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복원하고 해석해내는 ‘노동사연구총서 시리즈’ 작업은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국 산업화기 노동자에게 역사 속에서의 제자리 찾아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생활세계는 도시화, 산업화, 근대화라는 ‘근대성’의 복합적인 과정 속에서 형성, 변화해왔다. 즉, 한국인의 근대적 일상과 노동자의 형성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87년 노동자 대투쟁’기의 폭발적인 노동자의 ‘인정투쟁’과 현재의 노동문제(비정규직, 여성노동차별, 노동통제 등) 또한 산업화기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충실한 이해 없이 제대로 파악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발간된 1,2차년도 ‘노동사 연구총서 시리즈’ 3권과 함께 총서의 4권인 ??1960-70년대 노동자의 작업장 문화와 정체성??과 5권인 ??1960-70년대 한국 노동자의 계급문화와 정체성??은 단지 60, 70년대의 노동자, 노동운동, 노동자생활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현재 한국사회 노동정책, 노동문제 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 노동사연구소가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해 온 연구과제인 “한국 산업노동자의 형성과 생활세계 연구??노동사 아카이브 구축과 생활사 연구를 중심으로??”의 3차년도 주제인 노동자의 생활세계에 대한 연구 성과가 실려 있다.
1960~1970년대의 노동자가 경험했던 생활세계에 대한 연구의 구체적 대상 영역은 작업장 바깥의 소비과정에서 이루어진 여가와 문화생활이다. 이를 고찰하는 시각의 초점은 노동자 계급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기여도에 놓여졌다. 즉, 자본의 직접적인 통제에서 일단 벗어나 있는 소비과정을 노동자의 계급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독자적 영역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소비과정도 자본의 지배하에 놓여 있으며 이는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책의 주제는 도입, 여성노동자의 생활세계, 중화학공업 남성 노동자의 생활세계, 철도노동자의 여가와 의식구조,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입 부분에 해당하는 글은 신광영의 “노동자 계급의 생활문화와 정치의식”, 박해광의 “1960-70년대 노동자 계급의 문화와 일상생활”, 권진관의 “집단적 배움의 과정으로서의 사회운동??1970년대 산업선교를 중심으로??” 등이다. 여기에서는 노동자의 여가와 문화를 연구하는 의의, 시각, 사회상황, 분석 기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희영은 사실상 국내 최초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시도하였으며 구술생애사 방법론의 정석적 절차와 수순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고찰은 노동사만이 아니라 해외 한민족사회를 연구하는 시각을 넓혔으며 국내와 해외 사회운동의 상호 작용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노동운동의 주역이었던 여성노동자의 생활세계는 계급과 젠더라는 쟁점이 교차하는 영역이다. 김귀옥은 대표적인 산업선교 계통의 민주노조가 있었던 반도상사의 여성 봉제공들의 생활세계를 분석하였다. 김순영은 딸이라는 가족 내부의 위치 때문에 여성 노동자가 감수해야 하는 복합적 불이익과 희생을 고찰하고 있다. 장미경은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은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성적 억압을 받았고, 이에 더해 하층계급이라는 점에서 계급적 억압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계공업의 남성 노동자에 대한 연구는 이들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노동운동을 주도했다는 것 때문에 현재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승국은 1970년대에 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경험한 생활세계를 신원철은 기계공의 생활세계를 분석했다.
노동자 집단 거주 지역의 생활세계에 대한 분석은 한국의 계급문화를 구체적으로 고찰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김준은 울산의 조선노동자 집단 거주 지역의 형성과 해체 과정을 추적하여 촌락공동체적 연대에 입각한 질서가 계급적 단결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하였으나 노동운동의 성공으로 소득이 올라가고 주거 환경이 개선된 이후에는 연대의식이 희박해져 갔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남춘호는 사실상 사라진 탄광 노동자의 생활세계를 기록으로 보존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공공부문에 소속된 철도 노동자의 생활세계를 고찰한 연구는 국가가 강조하는 국익과 반공이라는 지배이데올로기의 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수는 1960-70년대의 철도 노동자들이 박정희 체제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능동·수동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승협은 철도 노동자의 여가 생활을 고찰하였으며 산업화 시기 철도노동자들에게 여가는 작업장 바깥에 형성된 직장질서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다고 결론짓는다.
목차
제1장 노동자 계급의 생활문화와 정치의식
제2장 1960-70년대 노동자계급의 문화와 일상생활
제3장 집단적 배움의 과정으로서의 사회운동
제4장 이주노동자의 생애체험과 사회운동
독일로 간 한국인 1세대의 구술생애사를 중심으로
제5장 1960-70년대 의류제조업 여성노동자들의 문화건설과 문화의 성격과 한계
제6장 산업화기 한국사회 빈곤계층의 모성실천
딸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제7장 1970년대 여성노동자의 섹슈얼리티와 계급정치
제8장 1970년대 자동차기업 노동자의 여가생활에
관한 연구
제9장 1960-70년대 기계산업 노동자의 여가 및
소비 생활
제10장 1960-70년대 탄광산업의 이중구조와
노동자 상태
제11장 잃어버린 공동체: 울산 동구지역 노동자
주거공동체의 형성과 해체
제12장 1960-70년대 박정희 체제의 지배이데올로기
와 철도노동자들의 의식
제13장 1960-70년대 철도노동자의 여가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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