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박은홍, 이홍균 엮음
한울아카데미 / 2009-04-20 발행 / 신국판 / 양장 / 464면 / 32,000원
ISBN 978-89-460-5127-0 93340
분야 : 정치·국제관계, 사회학
총서 :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총서 (6)
정치적 민주화 이후 아시아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변
- 아시아 민주화 과정에서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변화 분석 -
<핵심 요약>
‘아시아 민주화 비교연구 총서’에서는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관계에 대해서 단순한 동학이 아니라-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보다 복합적인 동학이 존재한다는 점을 논하고 있다. 민주화의 사회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첫째, 정치적 민주화의 유형적 성격, 둘째, 구독점적 기득권세력과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의 각축과 갈등(사회적 갈등과 균열의 성격), 셋째,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제약효과와 그것이 내부화되는 방식, 넷째, 신생 민주주의 정치공간에서의 여러 정치세력들 간의 관계 및 반독재 민주정부의 전략적 능력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시아 각국에서의 민주화 이후, 정치적 독점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독점의 양상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모았다.
<기획 의도 및 출간 의의>
현재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의 많은 민주화 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위기들을 경험하고 있다. 민주화의 과정은 단순히 독재적 통치방식을 선거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독재하에서 억압된 계급계층 갈등과 종족 분쟁의 이슈들을 민주주의 제도의 틀 내로 수렴하여 사회경제적 소수자나 하위주체들의 불만과 저항을 체제 내부로 수렴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위기와 불안정은 바로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2006년부터 행한 한국 및 아시아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비교연구 성과물 중 하나로서, 2008년 2권(정치적 민주화 비교분석)을 출판한 데 이어, 올해 3권을 추가로 출간한다. 이중 한 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아시아의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내용 소개>
이 책의 1장(총론)에서는 정치적 민주화(정치적 탈독점화)의 성격을 중심으로 신과두제적 유형과 포스트-과두제적 유형으로 나누고, 신과두제적 유형으로서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포스트-과두제적 유형으로 대만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구분을 토대로 이후 2/3/4/5장에서는 각각 필리핀, 타이, 인도네이사, 대만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하고 있으며, 6장에서는 필리핀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젠더불평등과 연관시켜 다루는 글이 실려 있고,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동유럽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제2장 박승우의 「민주주의 이행 이후 필리핀의 사회경제적 독점과 그 변형적 재편」은 필리핀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변화를 연구한다. 소위 민주화의 제3의 물결을 선도했지만 정치적 민주화가 심화되지 못한 신과두제로 분류되는 필리핀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1986년 민주주의 이행 이후 현재까지 20년 동안 필리핀에서 소수의 경제엘리트 집단에 의한 경제적 독점과 계층별, 지역별, 언어·종족집단별 사회경제적 불평등 및 사회적 독점이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계속 지속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르코스 독재체제하의 극소수 크로니 자본가들의 극단적인 독점은 상당부분 해체되었지만 소수의 경제적 엘리트들이 통신 산업 등 핵심적이고 전략적인 산업 부분에서 누리가 독점적 지위는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이다.
제3장 박은홍의 「타이: 경제자유화와 ‘지배하는 지배계급’의 민주주의」는 군부에 의해 통제되는 관료적 정체(bureaucratic polity)로부터 부르주아적 정체(bourgeois polity)로의 이행을 분석한다. 이것은 과두제가 민주화와 자유화를 통해 그것의 해체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신과두제로 변형적으로 재편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두제의 변형과 경제적 자유화의 상관관계이다. 더 많은 시장을 수반하는 경제자유화와 함께 등장한 신생민주주의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대형 프로젝트가 걸려 있는 사유화 과정에서 정실관계를 확대재생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시장국가라고 명명할 수 있는 체제를 결과했는데, 여기서 사적 자본은 ‘사적 경영’과 ‘국가 경영’ 모두를 주도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시장국가는 탁신 정부를 통해 드러났다. 이 글은 정치 자유화와 경제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타이의 시장국가는 공정한 경쟁과 규칙준수, 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규제국가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정경유착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독점의 재생산 내지는 확대로 귀결되었음을 구체적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제4장 이기호의 「인도네시아 민주화 이후 국가권력의 독점구조 해체과정과 ‘국가’의 재구성」도 1998년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 이후의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사회적 변동과정을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해체되고 있지 않은 경제적, 사회적 독점의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역시 신과두제로 분류되며 정치적 독점체제조차 효과적으로 해체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앙과 지방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독점이 해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하르토의 실각 이후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치적 독점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방 수준에서도 폭력사태가 근절되고 있지는 않지만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제도 내부로 옮겨지고 있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와 분권을 제도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소수민족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화과정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은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이상의 세 국가에 대한 글들이 ‘신과두제적 유형’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변화를 다룬다고 한다면, 제5장 박윤철의 「민주화 이후 대만 경제독점구조의 재구조화」는 포스트-과두제적 유형으로 분류한 대만의 사례를 다룬다. 이 글은 사례연구를 통하여 준레닌주의적 당국체제(quasi-Leninist party-state regime)에 기초한 기존의 정치사회적 독점구조가 완전히 해체되지 않고 새롭게 재편성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당국체제하에서의 국민당과 국가에 의해서 통제되었던 자본과 지방파벌은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대만화에 따른 정치권력의 약화는 국민당 정권의 약화를 초래하였고, 그 결과로 자본과 지방파벌은 국민당 정권에 종속된 위치에서 벗어나 국가와 거의 대등한 수준의 권력실체가 되었다. 국민당은 이러한 조건에서 자본과 지방파벌을 실체로 인정하고 그들과의 새로운 삼각동맹(triple alliance)을 형성하여 기존의 경제적 독점체제를 변형된 형태로 지속하고자 시도했다. 정치적으로는 포스트-과두제로 분류될 수 있는, 즉 상대적으로 민주화의 정도가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독점은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독점의 재편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제6장 허성우의 「아시아 민주주의, 젠더-거버넌스와 사회경제적 독점해체」는 사회경제적 탈독점화 과정과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필리핀 사례를 근거로 분석한다. 이 글은 앞의 글들과 연속성을 가지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글의 관심은 민주화, 사회경제적 독점을 젠더문제와 결부시켜 분석하는 것이다. 필리핀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2장의 연구가 보여준 사회경제적 독점해체의 지체에 대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의 분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은 여성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확장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포섭과 동시에 배제의 공간을 열어놓기도 했다. 어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향상되었으나 가난한 여성들의 빈곤은 더 심화되고 있어 여성들 내부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인 참여에서도 여성들의 참여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젠더 평등의 실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글은 필리핀 민주화 이후에도 그 이전의 지배 엘리트들의 강력한 정치적 독점구조가 지속·유지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증가한 대부분의 여성 정치인들도 지배엘리트 가문 출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입장에서 정치적 독점의 해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겠다.
제7장 이홍균의 「동유럽의 민주화 이후, 사회·경제적 독점의 해체 과정」은 아시아 각국들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독점 해체의 지체 과정을 아시아를 벗어난 세계적 맥락에서 조명하기 위한 비교분석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시장경제와 정당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보다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경제적 독점구조를 출현하게 했다. 시장경제와 정당민주주의로의 전환과정에서 구체제의 정치가들이 다시 자본가로 변신하여 등장하거나 정치가로 재등장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40여 년 이상 사회주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었던 일반 대중들은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1989년을 전후하여 진행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일반 대중들이 아니라 공산당원들이 깊이 개입하면서 자본가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독점구조를 출현시켰다. 과거와 다르게 정치 엘리트들이 순환되고 있지만, 즉 정치적 독점의 제도는 사라졌지만, 과거의 정치적 독점이 남겨 놓은 유산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경제적 독점으로 잔류하고 있다.
<차례>
제1장(총론)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경제적·사회적 독점 변형적 재편_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속에서 진행되는 민주화의 사회경제적 성격ㅣ조희연
제2장 민주주의 이행 이후 필리핀의 사회경제적 독점과 그 변형적 재편_다층적인 독점의 해체 없이 민주주의는 공고화될 수 없다ㅣ박승우
제3장 타이: 경제자유화와 ‘지배하는 지배계급’의 민주주의ㅣ박은홍
제4장 인도네시아 민주화 이후 국가권력의 독점구조 해체과정과 ‘국가’의 재구성ㅣ이기호
제5장 민주화 이후 대만 경제독점구조의 재구조화_국가, 자본 및 지방파벌의 삼각동맹ㅣ박윤철
제6장 아시아 민주주의, 젠더-거버넌스와 사회경제적 독점해체_필리핀 사례를 중심으로ㅣ허성우
제7장 동유럽의 민주화 이후, 사회·경제적 독점의 해체 과정ㅣ이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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