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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총서 8] 87년 체제를 넘어서 - 김정훈


87년 체제를 넘어서 (양장)

저자 김정훈 지음 |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 2010-03-22 출간

| ISBN 10-8946052422 , ISBN 13-9788946052420 | 판형 A5 | 페이지수 583


*책소개

『87년 체제를 넘어서』은 우리의 아이들이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탄압을 당하지 않고, 어른들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실직과 주거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4대강이 녹색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보수, 진보, 민주, 반민주, 신자유주의와도 상관없는 그저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상식에서 출발하고 합리성만 회복한다면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김정훈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비판사회학회 운영위원장. 현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 현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포스트 포드주의와 신보수주의의 미래>(공편저) 등 다수가 있다


*목차

제1장 | 민주화와 사회변동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

1. 민주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 아직은 부족한 정치적 민주주의

3. 악화되는 경제적 민주주의

4. 민주화의 이중적 효과로서의 사회문화적 민주주의

5. 기로에 선 민주주의


제2장 | 민주화와 정치변동

민주화와 제도정치의 재편

1. 민주주의의 위기

2. 이론적 검토: 민주주의로의 이행에서 민주주의의 질에 관한 연구로

3. 제도정치의 재편

4. 87년 체제와 민주주의의 위기

5. 결론


제3장 | 민주화와 공론장의 구조변동

공론장의 다원화와 사이버 공론장의 등장

1. 민주화와 공론장의 발견

2. 이론적 검토

3. 한국에서 공론장의 역사적 발전

4. 민주화 이후의 공론장

5. 결론


제2부 담론정치와 정치변동


제4장 | 한국전쟁과 담론정치

민족해방전쟁으로서의 한국전쟁과 반공규율사회의 형성

1. 문제제기

2. 해방과 담론 지형

3. 한국전쟁과 민족해방민족주의

4. 분단의 고착화와 반공규율사회의 성립

5. 결론


제5장 | 저항 담론과 민주주의

내적 계기로서의 민주주의

1. 문제제기

2. 민족의 이름으로 선택된 가치로서의 민주주의

3. 한국전쟁과 민주주의 담론의 저항 담론화

4. ‘민주주의의 한국화’ 대 ‘한국의 민주화’

5. 새로운 민주주의


제6장 | 지배 담론과 반공주의

‘반공규율사회’는 해체되는가

1. 문제제기

2. 분단체제와 반공규율사회

3. 반공규율사회의 형성과 반공민족주의

4. 반공병영사회와 반공발전주의

5. 반공병영사회의 해체와 반공규율사회의 이완 및 변형

6. 반공주의와 반공규율사회의 해체적 변형

7. 반공주의를 넘어서


제7장 | 분단체제와 민족주의

남북한 지배 담론의 민족주의의 역사적 전개와 동질이형성

1. 문제제기

2. 연구방법 및 연구대상

3. 남북한 지배 담론의 민족주의의 역사적 전개와 동질이형성

4. 결론과 함의


제3부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제8장 | 한국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새로운 인식, 또 다른 과제

1. 시민운동에 대한 새로운 도전

2. 한국 시민사회의 성격

3. 한국 시민운동의 과제

4. 질적 도약을 위하여


제9장 |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화·세계화 ‘이후’ 생활세계의 변화와 시민참여적 대안

1. 문제제기

2. 민주화·세계화 이후의 생활세계 변화

3. 민주화·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

4. 지역공동체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하여


제10장 | 민주화 20년의 시민운동

시민운동은 여전히 민주화의 동력인가

1. 새로운 사회, 새로운 운동

2. 사회운동의 1차 분화와 시민운동의 성장

3. 사회운동의 2차 분화와 시민운동의 위기

4. 새로운 시민운동을 위하여

5. 시민운동은 여전히 민주화의 동력인가

제4부 정체성과 문화변동


제11장 | 새로운 정체성과 사회변동

‘붉은악마현상’은 사회변동의 동력일 수 있는가

1. 대~한민국

2. 단순화를 넘어서

3. 이제 놀 때가 되었다

4. 새로운 감수성은 사회를 변화시키는가

5. 붉은악마현상과 시민운동


제12장 | 세대갈등과 정치변동

세대혁명은 일어나고 있는가

1. 전환기의 한국 사회

2. 세대와 재현

3. 만회혁명과 압축혁명

4. 세대혁명은 일어나고 있는가

보론: 386세대를 위한 변명


제13장 | 세계화시대의 민족주의

통일민족주의는 가능한가

1. 상식을 넘어서

2. 민족주의에 대한 이론적 검토

3. 남북한 민족주의와 통일민족주의의 가능성

4.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을 위하여


*출판사 서평

만사형통의 정치, 탈법·편법에 의한 부자 세습…

지역감정과 반공주의라는 주술에 걸린 한국사회

상식과 개념이 통하는 사회를 향한

다른 해석,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경찰의 폭력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이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실 1980년대와 비교해볼 때 경찰의 폭력 진압은 그리 과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압에 대한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는 ‘만들어야 하는 권리’와 ‘존재하는 권리’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노래 <헌법 제1조>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지전의 결과 시민은 민주적 권리를 이미 내재하는 권리로 인식했기 때문에 시위는 거침이 없었고 작은 폭력에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1960년대 운동권인 대통령과 1980년대식 시위 진압을 생각하는 경찰총장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 본문 중


이 책의 많은 글은 시민사회론에 입각해서 서술되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 다른 해석이 이 책의 가치이다. 이 책이 한국사회를 읽어내는 데 조금이라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세상의 속도에도 불구하고 별반 달라지지 않는 우리의 인식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성공회대 총서 시리즈, 여덟 번째!

현재 한국사회는 당혹스러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기본적인 합리성, 즉 우리가 유치원에서 다 배운,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고, 힘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등의 누구나 다 알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 상식이 현재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우리의 아이들이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탄압을 당하지 않고, 어른들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실직과 주거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4대강이 녹색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보수, 진보, 민주, 반민주, 신자유주의와도 상관없는 그저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상식에서 출발하고 합리성만 회복한다면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많은 글은 시민사회론에 입각해서 서술되었다. 국가·경제·시민사회가 분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익 및 가치의 다원화가 불평등이 아니라 다원적 평등으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 다른 해석이 이 책의 가치이다. 다른 것이 반드시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울 수는 있다. 이 책이 한국사회를 읽어내는 데 조금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면, 세상의 속도에도 불구하고 별반 달라지지 않는 우리의 인식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다면 이 책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현 한국사회의 문제는 보수, 진보, 민주, 반민주, 신자유주의와 상관없는 그저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상식에서 출발하고 합리성만 회복한다면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논리적인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필자의 다른 관점, 다른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회학 이론에 기초해 논거를 펼치지만 광우병 논란, 촛불집회, 붉은 악마 등 현재 우리사회를 달구고 있는 ‘뜨거운 감자’를 언급하며 이야기하고 있어서 관련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재미있을 것이다.


저자는 '88만원 세대'와 같이 현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88만원 세대가 경제에 국한되었던 것과는 달리 좀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가볍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통찰력과 날카로운 문장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 책 속으로 추가 >

이명박 정권의 성격은 87년 체제의 위기로부터, 보다 정확하게는 노무현 정권의 위기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 한국 시민사회는 세력균형을 이루지만 진보세력의 내적 붕괴로 인해 이명박 정권은 민주화 이후 가장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경제 살리기’ 담론이 노무현 정권을 무너뜨린 바로 그 ‘신자유주의’ 담론이었다는 점이다.


그람시의 정의를 빌려 ‘과거의 것이 사라졌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을 위기라고 한다면, 이명박 정권은 위기의 원인을 당선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위기를 내장한 정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위기는 시민사회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나타났다. “갈등하는 세력들이 파국적인 방식으로 상호 균형지우고 있는 상황”(그람시, 1986: 229), 즉 전형적인 케사리즘적 국면이 형성된 것이다.(51~52쪽)

이명박 정권은 정책은 분명히 신자유주의 지향이다. 경제 살리기 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효율성을 최대한 강조하고 성장 담론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주장하면서 후진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을 따라가던 국민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다.(53쪽)


관료적 통제와 시장 자율성 사이의 모순은 ‘경제적 합리성’마저 무시하는 정책에 이르면 혼돈의 강도를 더하게 된다.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한반도 대운하와 제2롯데월드 허가는 관료제와 시장의 핵심 가치인 효율성마저 무시한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의 핵심 정책인 ‘녹색뉴딜’로 가면 혼돈은 극치에 이른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녹색가치와 어울릴 수 없는 원자력발전과 토건사업이 녹색뉴딜의 핵심이 되는 난센스가 한 나라의 핵심 국가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56쪽)


이명박 정권은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한 일관된 정책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첫째,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책이고 둘째, 그것을 위한 장기집권 토대 구축이다. 전자가 각종 감세와 기업규제해제라면 후자가 미디어법, 마스크법 같은 것들이다.(57쪽)


노무현 효과는 탈권위주의화이다. 돌출적 발언으로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보수세력도 인정하듯이 노무현은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데 기여했고, 이는 권력이 더 이상 신비한 그 무엇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탈권위주의화가 노무현 정권에게 ‘노무현 욕하는 것이 전 국민 스포츠’가 되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갔지만, 대통령 혹은 정부가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비판적·합리적 토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비판의 대상이 기존의 모든 권위로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66쪽)


촛불시위 이후의 시간으로 시기를 보다 좁힌다면, 한국 사회는 명확히 비합리적 조폭 네트워크와 합리적 네트워크 사이의 갈등이 전면화된 사회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일부 친북좌파세력에 의해 조종되지도 않고, 진보세력이 탄식하듯이 정당이나 사회운동단체에 의해 지도되지도 않는 대략 10대부터 40대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하지만 아직은 한국 사회의 다수라고 할 수 없는 ‘반정부세력’이 촛불집회 이후 보다 명확히 그 존재를 드러냈고, 이 합리적 주체가 촛불시위 이후에도 여전히 이명박 정권의 폭주를 가로막는 가장 유력한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84~85쪽)


촛불시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회운동단체는 여전히 중요한 정보제공자 중 하나이고, 의제설정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자 중 하나라는 점이다. 만약 ‘보건의료단체연합’이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과연 그 같은 촛불시위가 가능했을까? 혹은 ‘생태지평’이나 ‘환경운동연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촛불시위대가 대운하 반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고 해서 과거의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은 서양 속담처럼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촛불시위를 가능하게 했던 공론장의 구조변동은 사회운동에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여전히 사회운동은 중요한 정보제공자이다. 이것은 사회운동에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화를 요구한다.(87쪽)


내가 이 글에서 주장한 것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2008년 촛불시위를 전후로 해서 인터넷에서는 ‘개념’이란 말이 유행했다. 이 글의 어법으로 하면 ‘합리’ 혹은 ‘상식’에 해당하는 말이다. 네티즌의 어법대로 하면, 나는 한국 사회에는 ‘개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우리가 잘 살려면 ‘개념 좀 갖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92쪽)


2007년의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그 제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가 공청회를 형식화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왕에 갖추어진 법제도마저 무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FTA 시위를 원천봉쇄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헌법적 권리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도 무시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의무를 등한시함으로써 반대의견을 거리로 내모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선거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민주화는 되었지만, 민주주의의 질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110쪽)


한국 정치사에서 선거 때면 여지없이 불어오던 북풍이 2002년 대선에서 예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 이후에도 한국의 여론이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될 수 있지만,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다수의 시민이 제재나 봉쇄, 그리고 전쟁이 아닌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시민사회는 과거의 반공 이데올로기의 억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 틀을 형성한 것이다. 반공규율사회가 해체적 변형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338쪽)


IMF 사태는 박정희식 사회논리, 박정희식 발전논리의 모순이 총체적으로 폭발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의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이 IMF 위기의 최대 수혜자라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일은 김대중이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지역감정에 힘입어 당선되었다는 점이며, 더더욱 그런 것은 IMF 위기 극복 전략이 ‘국민총화’의 현대판인 ‘고통분담’과 산업역군의 현대판인 ‘금모으기’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죽은’ 박정희가 ‘산’ 김대중을 조종했던 것이다.(344쪽)


‘붉은악마현상’에 직접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 6월에 이 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6월을 월드컵과 무관하게 보낸 사람부터 그것을 저주하면서 보낸 사람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이 땅에는 존재했다. 이 점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그 6월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은 거짓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6월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붉은악마현상’에 참여했던 700만의 사람들(이 숫자는 분명히 과장일 것이다)은 참여동기, 참여형태, 참여 이후의 소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을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조사 없이 뭉뚱그려서 단일한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에 빠지는 일이다.

단순화의 위험은 다른 곳에도 있다. 6월의 많은 상징들, 즉 빨간 티, Be the Reds, 태극기, 대~한민국 등의 상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았던 혹은 보고자 하는 것을 끌어냈다. 빨간색에서 레드컴플렉스의 해소를, 대~한민국에서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그리고 태극기 패션에서 경건주의의 쇠퇴를 인식했다. 그러나 해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해석이 다양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474~475쪽)


예상 독자층

사회학, 정치학 관련 연구자 및 학생

국내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책속으로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만사형통’ 정치가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세계 최첨단 기업에서 탈법·편법에 의한 ‘부자 세습’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한국 사회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루었으면서도, 지역감정과 반공주의라는 주술에 걸린 한국 사회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단순히 시간지체 현상이 아니라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한국 사회에서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은 식민지시기에 형성되었다. 식민적 근대화의 기본 메커니즘이 ‘분화와 탈분화의 동시진행’이기 때문이다.……식민국가는 식민지적 수탈을 위해 근대 관료제 및 자본주의를 도입하지만, 통치를 위해 근대화가 가져오는 분화를 억압한다. 식민적 근대화를 통해 ‘분화와 탈분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나는 이제까지 비동시성의 동시성, 혹은 뒤에 언급될 ‘분화와 탈분화의 동시진행’을 분단체제의 효과 혹은 독재의 효과로 분석해왔다. 최근에 내 생각은 이것의 근원이 식민지에 있다는 것이고, 이 글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서술되었다.(23쪽)


87년 체제라는 개념이 아직 명확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87년 체제를 활용하는 학자들은 87년 체제가 일종의 균형체제 혹은 타협체제라는 점에 동의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87년 민주화가 아래로부터의 동원과 위로부터의 타협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 세력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체제라는 것이다.(37~38쪽)


국민이 정당체제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것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정치적 무관심과 직접행동이 그것이다. 전자는, 민주화 이후 투표율의 지속적 감소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선 투표율 62%, 총선 투표율 46%는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한계점을 넘었음을 의미한다. 후자는, 2000년 총선연대 이후부터 시작되어 각종 촛불집회에서 명확히 나타나는 광범위한 대중의 직접행동을 통해 알 수 있다. 2000년 총선연대와 그 이전의 시위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즉, 그 이전의 시위가 ‘조직동원’ 형태를 띠었다면, 그 이후의 시위는 조직의 동원 없는 대중의 직접참여 형태를 띠고 있다.(45쪽)


열광과 좌절의 사이클은 한국 정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거리의 정치’와 ‘대의의 부재’를 표현하는 개념이다. 한국 정치는 4·19, 6·10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의 열광을 통해 정치적 돌파구를 열었지만, 그 결과는 항상 실망을 낳았다. 열광과 좌절의 사이클이 반복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대중의 열광을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이 부재했기 때문이다.(45쪽)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득권세력에게서 나타나는 ‘분열증’을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권은 권위주의만을 해체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민주주의 심화 프로젝트를 해체했다. 노무현 정권은 소위 ‘원칙’이라는 미명 아래 대연정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세력과 지지기반을 해체하려 했고, 한미FTA, ‘신자유주의 좌파’에서 알 수 있듯이 진보적 프로젝트를 해체하려 했다. 그 결과 87년 에너지는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48쪽)


2008년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경찰의 폭력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이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실 1980년대와 비교해볼 때 경찰의 폭력 진압은 그리 과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압에 대한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는 ‘만들어야 하는 권리’와 ‘존재하는 권리’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노래 <헌법 제1조>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지전의 결과 시민은 민주적 권리를 이미 내재하는 권리로 인식했기 때문에 시위는 거침이 없었고 작은 폭력에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1960년대 운동권인 대통령과 1980년대식 시위 진압을 생각하는 경찰총장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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