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국민 대토론회/ 2004.10.27/은행연합회 14층
<제2차 투기자본 국민 대토론회>
재벌과 외자의 딜레마
1. SK 사태이후 재벌의 경영권 보호에 관한 이슈가 제기되어 왔다. 경영권 간섭, 고배당 요구, 그린 메일에 의한 투자수익 증대시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외국자본에 의한 M&A 가능성을 들고 나오면서 금융 계열사 보유지분의 의결권 문제를 크게 이슈화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추진되어온 재벌 개혁은 그 성패와 무관하게 이미 유명무실해 졌고, 출자총액제한제도라는 마지막 상징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어 있는 가운데, 재벌총수의 경영권 보호 요구가 겹쳐 제기되어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이후 재벌 구조조정의 특징은 과거와 같이 부실재벌 기업을 다른 재벌 기업이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외자가 개입되었다는 점이다.
2. 개혁의 대상이 되는 재벌의 특징은 첫째, 그룹내에서든, 사회적으로든 견제장치가 미약한 독재적 경영권이 세습된다는 점 둘째, 문어별 경영을 들 수 있겠다.
DJ 정부이후 재벌 개혁의 초점은 문어발 선단식 경영의 해소에 훨씬 더 많은 무게가 주어져 있었고 그 맥은 현재 공정위의 ‘독립기업론’으로 이어져 있다. 외자에 의한 재벌의 M&A 가능성으로 표현되는 재벌과 외자의 딜레마는 독재적 경영권의 세습문제를 소홀히 한 채 주식시장을 전면 개방한 결과이다. 외자가 재벌 총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을 때의 부정적 효과가 그것이다. 유능한 경영자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것을 위해 성실해야 하며 그 역할을 해 내지 못할 경우 교체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는 조건은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채 외자의 지배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대상 기업(군)의 자산 총액이 426조(GDP의 64.3%)에 이른다(한경, 10.19))
3. 외환위기이후 기업 구조조정은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형 구조조정에 일방적으로 치우쳐 왔다. 그리고 그 바탕은 미국식 주주중시 경영이었다. 이를 위한 금융제도적 변화는 주식시장 중심형을 추구해 왔다.
현실적 결과는 투자의 리스크 관리를 극단적으로 위험 회피 경향으로 기울게 했고, 리스크를 부담하는 신산업 발굴에 소극적인 관리형 경영 관행을 기업계 전반에 만연시켰다. 이것이 과도한 현금성 자산의 누적과 투자 회피(부진)의 한 요인이다.
4. 증대되는 주주가치는 기업의 다른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지역사회, 하청기업의 희생에 기반하여 가능했다는 점이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식 단기경영성과 위주의 경영은 미국 경영계 내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GE의 제프리 이멜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중심의 재무 관리형 경영과 금융자본의 위험회피 적 단기 수익 극대화 전략을 한국경제에 확산 정착시키는 핵심 통로인 외국인 주주의 비중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1) 외국인의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 소유 비중은 2003년 말 40.09%--> 2004년 6월말 43.69%
2) 2대 주주가 외국인인 상장기업의 수: 2003년 말 116개--> 2004.9.14일 현재 138개
3) 특히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은 2004.7월말 현재 49.4% (2001년말 현재는 39.4%)/ 은행주의 외국인 비중은 2001년 말 48.2%, 2004년 7월 말 현재 62.7%/ 보험사의 외국인 비중은 2001년 말 37.4%, 2004년 7월말 현재 52.7%
* 주요인은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민영화
5. 또한 주식시장 중심의 금융제도 정착을 위한 금융구조조정은 실패하고 있다.
1) 12개 증권사 조사(조선일보, 10.7)
거래소 676개 기업과 코스닥 883개 총 1559개 기업 중 리서치 센타의 조사 대상 기업수는 평균 170개(최고 245개-최저 113개)
2) 2004년 말까지 상장사들의 유상 증자 규모는 5,764억원 예정(2003년의 1조 4,579억원, 1999년 29조 2,346억원)
3) 회사 상환규모가 신규발행 규모를 넘는 현상 발생
4) 2000년부터 2004년 6월까지 거래소 시장의 연평균 주가지수 변동률은 31%, 미국은 17%, 영국 16%, 일본 16%(증권연구원)
5)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비중 확대
상장사가 2004년 들어 9월말까지 자사주를 매입 소각한 규모는 2조 7천억원, 증자나 공개 등 주시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2조 2천억원(2002, 2003년의 경우 주식 신규공급 물량은 자사주 매입 물량의 3배)(동원증권 10.3)/
6) M&A 자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의 비중이 75.3%에 이름(2004년 3분기까지)
7) 은행의 비중 확대
6. 최근 무분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없고, 따라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하지 못한) 외자지배력의 확대에 대한 문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1) 외국자본의 금융권 투자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 선회가 관찰된다.
-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 자격요건의 강화, 외국인 이사수의 제한, 외국계은행의 비중 관리, 은행의 자산운용규제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
- 윤증현, “금융회사가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갖도록 정책을 펴 나갈 방침”(9.16)
2)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외국자본의 본질은 조기 회수에 있으며, 투자보다는 배당을 우선시한다”(정재계 간담회, 10.19)
3) SK, 유한 킴벌리, 포철
4) “개방과 대형화(집중화)의 결과로 중소기업의 애로가 크게 높아졌다”(금융연구원).
7. 대형화되고 외자 지배가 커질수록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억제된다는 점을 당국까지 인정한 것은 진전이나, 은행에 대한 감독당국의 압력 형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도적 개선 특히 대형화와 외자계 은행의 확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곧 “주식 시장을 개방하고 기업의 목적은 주주가치뿐이다”라고 하는 구조조정의 철학을 바꾸는 문제이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회피를 비난하는 것은 정책 실패에 대한 희생양 찾기일뿐이다.
8. 최근에는 삼성이 주도하는 금융 계열사의 지분권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1)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현황”(공정위, 10.17)
: 2002년부터 2003년 7월까지 33개 재벌계열 금융, 보험사는 71개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688회 의결권행사를 했음. 그 중 삼성그룹 금융, 보험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건수 253회로 36.7%에 달하고 있음.
2) 삼성전자의 외국인 6월말 현재 주주수는 2816명으로 전체 주주 10만 3462명의 2.72%로서 보유 주식수 비중은 61.37%(우선주 포함)이다.
3)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속될 수가 없다. 삼성생명의 고객 돈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정당성이 없다. 특히 외국인의 생보사 인수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삼성의 자구노력이 없다.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낮출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9. “기업가 정신의 위축”이나 “투자 부진”을 이유로 기업규제 완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실 외환위기이후 기업규제완화는 지속되어 왔던 것이고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규제완화를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로 좁혀 이해하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만약 창업가형 기업의 활성화를 추구한다면 현재 재벌에 집중된 자원과 인재를 오히려 풀어 헤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현재 재벌에서 발견할 수 없다.
10. 선진국지수 편입의 요건 충족을 위한 외자에 대한 규제완화(2004년 3월까지 주식대차허용, 자유로운 계좌이체, 공매도(이상 2004.9 현재 충족), 통합계좌, 장외거래 허용 등 5가지 요건 미충족)는 성급하다.
11. 문제의 핵심은 증대되는 주주가치는 기업의 다른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지역사회, 하청기업의 희생에 기반한다는 점과 주주가치의 증대는 M&A의 위협이 클수록 강화된다는 점
M&A 위협에 대한 장치가 앞의 희생을 줄이리라는 보장이 없다.
12.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몇 년 등” 조급증을 가라앉혀야 한다. 계열 금융사 의결권 인정, 차등의결권 도입 등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상항들이다.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존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따라서 재벌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뿐이다.
13. 따라서 외자의 문제는 금융부분에 집중해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고, 외자 지배를 빌미로 재벌 총수의 사적 지배력을 아무런 사회적 대가없이 강화시켜서는 곤란하다. 주식지분과 지배력간의 격차(의결권 승수)는 이미 충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의결권 승수에 대한 정부목표는 3(배)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성총수 일가의 경우는 17.3, 현대자동차 총수 일가의 경우는 8.23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KDI, 2004)
재벌 스스로에 의해 재벌 보호의 정당성을 국민이 인정할 정도의 실질적인 자구노력과 실질적인 지배구조의 투명화, 그리고 때로는 소유와 지배의 택일 등과 같은 상황이 이루어져야 논의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구조적으로 총수의 들러리일수 밖에 없는 사외이사제도를 채권단과 노조의 추천에 의한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이사진의 구성으로 바꾸는 것도 시작이 될 수 있다.
* 1970년대 기업공개촉진법이래 재벌의 소유분산은 지속적으로 진행-소유분산은 사회적으로 분산되었으나, 지배구조는 여전히 오너체제
* 재벌을 규율했던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이것은 동시에 외자지배의 대책의 일부이기도 하다. - 은행의 기업 감시/심사기능+ 감독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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