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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1월 27일] - [진보싱크탱크⑨]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진보교수들이 왜 박정희를 연구하냐고?

[진보싱크탱크⑨]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09.11.27 13:54 ㅣ최종 업데이트 09.11.27 17:56 성스런 (saintlydog)


진보싱크탱크,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성공회대학교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 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최근 5차례에 걸쳐 우리 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 데 이어 2차 기획을 내놓는다.


<편집자말>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오고 또 한국이 이를 수출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새마을운동에 여러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진보싱크탱크가 이러한 현상을 '단순 프레임'이 아닌 '진보적 복합 프레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박정희가 유신을 통해 사람들을 때려잡아 체제를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의 유산이 폭넓게 존재한다고 보는 거죠."


'박정희는 악(惡)'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조희연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진보진영은 새마을운동을 박정희의 관제동원운동, 정권연장을 위한 농촌동원운동이라고 일반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보를 지향하는 싱크탱크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면 이는 더욱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진보의 '낡고 찌든' 프레임을 버리는 것. 그리고 복합적인 관점에서 진보만의 대안적 프레임을 새로 짜는 것. 지난 20일,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에서 발견한 '진보의 대안'은 그런 모습을 추구하고 있었다.


'박정희 연구의 요람' 꿈꾸며 '급진' 민주주의를 말하다


"지금의 진보는 70, 80년대의 비판적 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모든 진보운동이나 진보적 학술논문들이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조희연 소장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보수적인 도전까지 풀어헤칠 수 있는 진보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강조했다. '세상은 비판과 저항만으론 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자세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연구소가 박정희 시대를 연구하는 '박정희 연구센터'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연구소는 2008년 7월부터 <박정희시대 일상사, 지방사 자료로서 '새마을운동'아카이브의 체계적 구축과 기초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이해를 도모하고 새마을 운동 연구자의 확대를 돕는, 조희연 소장의 말을 빌자면 '박정희 연구의 요람'이 되겠다는 취지다.


조 소장은 "박정희 연구가 현실에서 치열한 쟁점이기도 하지만, 체계적인 박정희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보수들이 박정희 시대를 왜 그리워하고 지금까지 그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연구소의 대안적 활동은 민주주의의 담론 심화와 확장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연구해 온 '급진민주주의 세미나'가 대표적인 예다. 민주주의연구소는 이를 "민주주의의 프리즘으로 맑스주의의 합리적인 면을 계승하고, 생태주의·여성주의 등과도 소통하는 좌파민주주의론을 정립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담론을 제안한 셈이다.

민주주의연구소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확장해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단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선거제도를 통한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 민주화를 비롯한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쳐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타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귀 기울여 볼만한 주장이다.


민주화 이후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결손 지점'을 파악하는 민주주의연구소의 중점연구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대한 아시아 비교 연구>는 9년간 진행된 중점사업이다. 이 주제는 민주화 이후에 나타난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를 분석하고, 국가간 민주주의 비교 지표 개발,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서구의 민주화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적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는 목적이다.


연구소는 이미 지난 3년간 한국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변화과정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으로 연구한 결과를 6권의 책으로 발간한 상태다. 조희연 소장은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독재라는 형식이 민주주의 형식으로 바뀌긴 했으나, 독재가 독점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치적 독점이 해체되지 않은 태국의 경우는 기존의 구세력이 기득권이 됐고, 그 결과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결손점' 또한 독점구조에서 찾고 있었다. 조 소장은 "한국 또한 국가적 독점이 시장적 재독점화로 변화하면서, 경제적 강자들이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독식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대표하는 민주주의연구소 되겠다"


민주주의연구소는 대학이라는 제도권 내에 위치한 연구소다. 진보싱크탱크운동을 하는 대부분의 민간 연구소가 고질적으로 재정 문제와 협력연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민주주의연구소가 진보싱크탱크로서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해진다. 풍부한 인적, 물적 지원을 활용해 민간 연구소가 하기 힘든 장기적 연구에 주력하고, 다른 나라와 공동연구, 학문적 교류를 중점으로 대안적 담론을 형성해내는 일이다.

민주주의연구소는 한국 및 아시아의 민주주의, 사회운동, 시민사회, NGO, NPO 등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2003년 4월 성공회대학교 내에 문을 열었다.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관련 연구 및 교육활동을 선도하면서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아시아적 전형의 창출과 이론화를 모색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발전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지원하는 연구를 펴나가고 있다.


민주주의연구소는 아시아NGO정보센터, NGO대학원, 사무국, 사이버NGO자료관, 민주자료관으로 조직되어 있다. 2009년 현재 신영복 고문을 대표로 소장 조희연, 부소장 오유석, 조현연을 포함해 자문위원 12명(이종구, 김진업, 조효제, 정해구, 박경태, 김창진, 신정완, 이상철, 정원오, 고병헌, 이영환, 백원담), 연구위원 11명(김동춘, 박은홍, 유철규, 박승우, 박윤철, 유상우, 차명제, 박상필, 우석훈, 홍일표, 김은규), 연구교수 8명(김정훈, 이홍균, 허성우, 이기호, 전명혁, 이광일, 김보헌, 정호기)을 비롯해 사무국 직원까지 총 4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설립 이후 민주주의연구소는 민주화 이행과정 및 그 이후 민주주의 발전의 역동성을 세계적인 시각에서 분석하는 특성화 연구를 진행해왔다.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는 '중점연구 사업'의 경우 1999년부터 사회문화연구소(현재 사회문화연구원으로 승격)에서 맡아온 프로젝트를 계승해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미 중점연구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공동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기관들과 공통조사 툴을 만들어 아시아 민주주의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소장은 공동연구 계획을 설명하던 중 한국 이외의 아시아 국가에서도 민주주의연구소처럼 자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반가운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인도의 어느 연구소도 우리처럼 자국 민주주의의 한계점들을 지적한 책을 발간했습니다. DEMOS라는 책이었는데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Making Democracy Meaningful(민주주의를 의미 있게 만들기)."

물론 이런 장점의 이면에는 부족한 점도 존재한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조희연 소장은 "우리(연구소)는 대중 주변에 있다"면서 "사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처럼 (담론 외의)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개입할 능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연구소는 이 또한 연구소만의 특성으로 극복해낼 참이다. 학계 특성상 지적 생산의 템포가 느리고, 현실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담론과 지식 수준에서 기여하는 능력을 백분 활용한 진보싱크탱크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안 있는 진보'가 되기 위해 민주주의를 학문적,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하고 담론으로 정립하는 진보싱크탱크가 하나쯤 필요하다면 민주주의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돈 번 민주화 세대, 진보를 위한 '김밥할머니' 돼야 "


[인터뷰] 조희연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 지금 우리 사회 진보싱크탱크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보와 보수의 선악 개념, 그런 주장적인 담론만을 가지고는 대중들의 마음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년 간의 민주정부가 여러 성과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대표되는 일종의 거대한 제약조건 앞에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진보는 그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자본권력, 시장권력, 보수세력이 강고해진 조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이 압도하는 국제적 조건 속에서 진보적인 이상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를 정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 대부분의 진보싱크탱크들이 재정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시장 내에서 공적인 재정영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생협이나 시민사회재단으로 표출할 수도 있고, 영리적 목적으로 행해지지 않는 선에서 비판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선진국이긴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가 취약합니다. 지적작업들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밥할머니가 여기에도 필요합니다. 민주화 세대 중에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있다면, 사회에 어떻게 돈을 기부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독일의 68세대 중에는 진보의 대안만을 연구하는 재단을 만들어서 지원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에도 아름다운재단 등이 있긴 하지만 그런 재단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안정성, 지속성을 기반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죠."


- 10년 간의 민주정부가 이명박 정부로 교체된 것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개인적으로 참여정부의 분열은 대중들의 사회적인 요구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해결하지 못한 '민주주의의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양극화, 불평등한 소득분배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얘기죠. 그 밖에도 세계화의 거대한 도전 앞에서 민주세력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다양한 이탈, 저항, 분노가 생겼습니다. 그것을 이명박 세력이 우파적 헤게모니로 해결해 낸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선진화'라는 일종의 이명박식 담론을 가지고 우파적 헤게모니적 접합을 해낸 거죠. 이명박정부 자체는 신우파정권, 신보수정권입니다. 60, 70년대와는 다른 자기 이노베이션이 된 보수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는 진보적 담론, 새로운 희망을 대중에게 불어넣는 '깃발'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진보적 프레임을 가지고 이명박정부로부터 이반하는 다양한 저항들을 새롭게 접합할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쉬운 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도 이러한 부분에서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장으로서, 진보학자로서 연구소에서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역동적 현상을 관찰하면서 발전해야 할 지점을 포착해 대중에게 알리고 지원하는 것이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민주주의는 평등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평등의 작은 원리들을 급진적으로 해결해 대중이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요. 그래서 급진화된 민주주의로서의 담론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분화되고 발전된 다양한 운동들간의 연대 원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직접 행동정치(촛불처럼)를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운 연대의 원리, 운동질서를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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