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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미 FTA 경제상황 더 악화시킬 것”, 월든 벨로

[이사람] “한미 FTA 경제상황 더 악화시킬 것”

한국 찾은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


한승동 기자


피플파워 뒤 필리핀 신자유주의화 가속

미 철군 뒤 되레 손쉽게 정치 개입

주변국 종속 피해 아세안 동참 충고


월든 벨로(61) 필리핀대 교수(사회학)는 1986년 ‘피플즈 파워(민중봉기)’로 마르코스 독재를 무너뜨린 조국 필리핀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래도 과거(마르코스 독재체제)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떠올리면서 그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한미에프티에이가 한국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한국이 주변 대국에 종속당하지 않고 독자적인 위상을 키우려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라고 권고했다.


<한겨레>에 오래동안 칼럼을 쓰기도 했던 벨로 교수. 지난 23일 성공회대 초청으로 다시 한국청중들 앞에 섰다. 성공회 엔지오대학원이 ARENA라는 아시아조직과 함께 오는 3월 1학기부터 이 대학에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를 초청해 재교육기회를 주는 ‘아시아시민사회지도자과정’을 개설키로 한 것을 기념하는 ‘아시아 시민사회 석학초청 연속강연’이었다. 강연 다음날인 24일 서울 신촌의 숙소에서 만난 벨로 교수는 ‘제국주의적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패권욕이 이라크침공에서도 보듯 결국 능력 이상의 과잉확장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는 강연주제를 상기하면서 필리핀의 피폐한 현실을 짚었다. 한국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당부였을까?


-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치에 뜻을 둔 이유라도?

= 우선 내가 당원인 ‘시티즌즈 액션파티(시민행동당)’의 일에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필리핀에선 군부의 인권유린이 심각하다. 좌파적 정치인이나 시민운동가들을 계속 암살하고 있다. 이를 폭로해야 한다. 또 신자유주의 대안을 찾고 싶다. 시민사회가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 ‘남쪽 세계에 관심을’(Focus on the Global South. 1995년 공동설립자로 참여했고 99년부터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은 어떤 조직인가.

= 다극구조 같은 대안체제 발전을 모색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아이엠에프, 세계은행이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처한다. 주로 미국이 대표하는 국제 정치·경제·군사적 힘의 실체를 드러내고 풀뿌리 파트너들과 함께 거기에 저항하며 대안적 안보, 새로운 정치경제질서를 추구한다.


- ‘피플즈 파워’ 이후에도 필리핀은 달라진 게 없나?

= 민주정부 등장 이후 여러 약속들을 했으나 제대로 안 지켰다. 예컨대 토지개혁도 무수한 예외조항들을 둠으로써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개발을 첫 어젠다로 내세웠으나 외채상환을 강요하는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등에 밀려 신자유주의체제를 도입했고,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2001년께부터는 군부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민중봉기 뒤 처음 몇년간은 괜찮았으나 지금은 신통찮다.


- 수빅만 등의 미군기지 철수 이후에도 필리핀 국내정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한가?

= 철수 뒤인 1998년에 미국은 미군이 필리핀에 상륙해 필리핀군과 정례적 군사훈련을 펼치기 위한 협정을 맺었다. 한번에 수천명의 미군이 들어와 합동작전을 벌이고 필리핀군을 훈련시킨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남부 이슬람세력을 구실로 그 메커니즘이 정착했다. 미군의 필리핀 개입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기지 없는 개입이 미국에 더 유리하다. 기지가 없으니 저항과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고, 병참과 통신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 아로요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정치간섭은?

= 좋은 예가 있다. 2004년 필리핀 사람이 이라크에서 저항세력한테 인질로 붙잡혀 현지에 파병된 필피핀군 철수를 요구했다. 미국은 남아달라고 했지만 아로요는 선거도 다가오는데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군을 철수시켰다.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국은 대신 미군과 필리핀군의 정례합동군사훈련을 성사시켰고, 필리핀 남부지역 군사작전권을 무제한 허용을 요구했으며, 필리핀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국군 신병을 미군쪽에 넘겨달라고 요구해 모두 관철시켰다.


- 한미에프티에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1997년 아이엠에프 관리체제 이후 스태그네이션이 지속되고 사정이 크게 나빠졌다. 태국도 그랬는데, 탁신 정권이 무너진 것도 그 때문이다. 에프티에이는 아이엠에프 관리체제와 마찬가지다. 교섭 속도를 늦춰야 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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