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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인가, 아닌가?"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인가, 아닌가?"

[토론회] "형식적 민주주의 관점에서만 봐선 안돼"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인가, 아닌가?"

이 물음에 대해 판단하는 국가기관은 지난 2000년에 출범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 위원장 변정수)이다.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는 지금껏 위 질문에 대해 '아니다' 혹은 '애매하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예컨대 1990년대 초중반 김영삼 정부시절, 대표적 노동억압정책인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에 맞서 파업투쟁을 전개한 '신일금속공업'에는 '인정불가'판정을,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전복세력'이라는 비판과 매카시즘적 이념 공세에 맞섰던 '한국통신(KT)'의 파업에는 재심의 결정을 내린 것.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민주화운동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파악하고 있다'거나 '노동운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사회 민주화 이행 과정과 노동운동의 역사적 의의'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광일(박사, 한국정치연구회), 노중기(교수, 한신대), 권영국(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운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이광일, "민주주의 개념 확대 해석해야"

첫 번째 발제자 이광일 박사는 먼저 '왜 노동운동이 민주화 운동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는가'란 의문을 제기하며, 그 답으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가 지나치게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협소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동일성'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인민주의적 민주주의'와 '선거행위의 민주성'에 주목하는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로 범주가 나눠진다. 보상심의위가 노동운동을 민주화운동에서 배제하는 이유도 바로 민주주의를 내용적 민주성을 간과한 채, 형식적 절차에만 주목한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의 수준에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이 박사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의) 민주주의에 대한 협소한 인식으로 민주화 운동을 선거행위 즉 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부구성 절차를 억압, 부정하는 제반 행위나 발상에 대한 항거 행위만으로 한정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런 인식 속에 자연히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에서 배제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 민주화운동의 구체적 예로서 4.19혁명, 3선 개헌반대,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을 적시하면서도, 1987년 7~9 노동자 대투쟁은 제외시킨 것은 이 박사의 주장에 힘을 주고 있는 하나의 예다.

노중기, "노동계층의 생존권 요구가 사익추구를 위한 투쟁이라니..."

한편 노중기 교수는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핵심 주장으로 거론되는 노동운동은 '생존권 투쟁'이라거나 '사익 추구 투쟁'이라는 관점에 대해 집중 논박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 시기의 생존권 요구들은 곧바로 국가권력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노동사회에서 정치적·민주적 권리는 경제적·생존권의 문제와 실체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현상이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또 형식적·절차적 민주화가 완성됐다는 1998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국가 주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일상화 되면서 노동 계층의 삶은 피폐화 됐고, 따라서 노동·빈민 계층의 생존권적 요구는 그치지 않은 반면, 국가의 억압과 통제 역시 과거와 형태는 달리하지만, 그 내용은 같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이에 대해 "확산되는 시장폭력에 대항해 벌어지는 '생존권 투쟁'은 실질적 민주주의, 사회적 시민권을 유지·옹호하기 위한 민주화 투쟁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 옹호 투쟁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보상심의위 위원 인적 구성 문제있다"

마지막 발제자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에 배제되는 원인을 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찾았다. 즉 문제의 원인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의 인적구성에서 찾은 것.

권 변호사는 "민주화보상심의위의 존립의의가 상실되고 있다"며 "민주화보상심의위 위원들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수준의 한계에서 그 위기가 주어지고 있고, 인식수준의 한계는 위원회의 인적구성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민주화보상심의위 총 8명의 위원들 중 6명이 민주화운동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법률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신청사건들에 대한 올바른 사회·역사적 평가에 무게중심을 두기 보다 미시적인 법률요건적 평가에 매몰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민주화 운동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문운동이나 기층민중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나 학식이 결여돼 있다는 것도 주요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또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 몫으로 민주화보상심의위 위원들 추천권이 나눠져 있어 사회적인 명망이나 법률가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노동운동을 포함한 기층민중운동과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풀어야 하는 숙제도 남겼다. 즉 노동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까지 노동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점 ▲ 모든 노동운동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점 ▲ 현재도 국가가 노동억업적이라면, 억압을 하는 국가로부터 민주화운동 인정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부분 등이 그것이다.

이날 토론회를 참가한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야 한다는 주장은 특정한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올바르게 역사적 평가를 받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도 안팎의 지적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민주운동세력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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