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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제는 경제가 아니다



[시론] 문제는 경제가 아니다

     

»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후보들이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경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경제라는 표현을 쓴다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의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올바른 정치라고 본다.

내 부족한 소견으로 볼 때,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지구화 시대 세계경제의 유동성과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한국경제가 거대한 도전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러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전환의 과제’를 곧 위기로 치환할 필요는 없다. 한국경제가 위기라면 세계 모든 경제도 위기라고 해야 한다. 오히려 한국사회의 최대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업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계 12대 무역대국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되는 경제에서, 비정규직이 800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적정한지 4백만, 아니 6백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 이제 기업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장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이제 한국기업들도, 특히 대기업일수록, 미시적인 합리성이 아니라 거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볼 때가 되었다. 한국의 대기업과 자본, 시장의 주요 행위자들은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미시적 합리성에 기초하여 무조건 싸게싸게 경제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실제는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 수조원이 넘는 시위비용이 든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시위자제를 촉구하는 근거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지 못해서 나타나는 위기의 징후이다. 그렇게 시위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도 시위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새로운 고민이 중요하다고 해석한다.

     

한번 주위를 보자.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바쁘고 토플 등 영어시험에 목매달고 의사, 교사 등 안정적인 자격증 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구화 시대에 주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라고 할 때 과연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10년 혹은 20년 후에 기업에 필요한 창의적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국제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또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그 국제경쟁력의 질곡에 있다고 하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의 경제가 너무 천민적으로 가혹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물론 거시적 합리성에 반한다. 미래의 한국경제와 사회의 주역들이 만사 제치고 ‘안정적인 직장찾기’를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 ‘사회적으로 지속불가능한’ 현실을 진정한 정치가 뚫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정부와 정치의 문제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경제는 점차 이른바 ‘자산주도형 투기경제’로 되어가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돈을 벌려고 해야 하는데, 적당히 부동산 투자나 하고 안정적인 건물임대주로 살아가려고 하고, 로또 복권하듯이 증권투자에 매달려 있다. 한 사회에서 잘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창의력과 혁신된 상상력으로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이미 썩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동맥경화 현상에 대해서 적절히 숨통을 트면서 혁신의 기풍과 숨통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다.

     

물론 나는 샌드위치론에 대해서도 일리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의 거대한 유동적 상황 속에서 한국경제의 적절한 자리를 발견하려는 노력, 또한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발견하려는 노력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에 동일한 것이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섬세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야 하면서’ 무조건 고성장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경부운하와 같은 거대한 토목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경제대통령을 부각시키는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은 한편에서 시장자율을 내걸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경부운하와 같은 거대한 국가적인 토목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성장 중심의 경제마인드를 부동산 문제나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해법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할 지점은, 경제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지구화시대여서 아무리 고성장을 이룩해도 그것이 고용 성장, 실업축소,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한국경제의 진정한 도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시대 모든 경제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수조원의 수익을 내더라도 그것은 서민들의 삶과 크게 관계가 없다. 60~70년대 한국경제의 초기산업화 국면에서는 절대적인 성장의 증가가 곧 고용의 창출, 실업 축소 등을 낳았다. 경제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서민들이 먹고사는 데 비빌 언덕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60~70년대의 고도성장정책을 복원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장 그 자체보다도 성장의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화시대 국민경제에 운명처럼 갖게 되는 ‘단절의 구조’를 어떻게 정정하고 보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정부의 문제이다. 아무리 경제가 잘 나가도 20 대 80사회가 출현한다. 20에게만 잘나가는 경제를 가능한 최대한 80도 먹고 살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사회적 리더십과 친서민적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참여정부가 거꾸로는 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실망한 나머지 이반한 것이다. 결국 현재 ‘경제’라고 표현되는 문제가 대선에서 최대의 이슈가 된 것은, 지구화시대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지구화시대의 그 어려운 조건에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지 못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한 경제를 만드는 과제는 바로 정치에서 주어진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정치와 정부의 역할을 뛰어넘어, 서민과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정부와 ‘서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경제를 만들어가는 정치를 이번 대선에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치는 평화, 공존의 남북관계, 환경 등을 내포해야 한다. 애굽(과거 개발독재 식의 일면 경제주의)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새로운 고통 때문에 실망한다. 그리하여 출애굽을 탄식하고 일부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전진함으로써, 그리하여 가나안 땅으로 들어감으로써 주어진다고 나는 믿고 있다.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 출처: <한겨레신문> 2007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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