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활동가 한국 시민운동 배운다
필리핀 우마노스·인도 보노짓 성공회대 엔지오 교육과정 참여
이재명 기자
지난 1992년부터 인권단체인 필리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활동해 온 제시카 우마노스(33·필리핀·왼쪽)는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둔 주부다. 그는 일년 체류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성공회대학교가 마련한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 교육지원 사업’ 덕분이다.
지난 26일 성공회대 정보과학관에서 열린 입학식에 참석한 그는 “한국은 민주화 과정·인권문제에 있어 필리핀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어 매력적이다. 15년간 현장에 있으면서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한국 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해 연구하고 참여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동운동가로서 인도 저소득층과 철도노동자의 역사와 생활상을 연구하고 있는 후세인 보노짓(25·인도·오른쪽)도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인도를 ‘IT와 카레’로만 아는데 인도의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에 대해서도 한국과 아시아 다른 나라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에 머무는 1년 동안 학업 외에도 한국 시골지역의 공동체 생활을 경험해 보고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 과정’은 성공회대 엔지오(NGO) 대학원과 아레나(ARENA·새로운 사회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가 함께 개설한 아시아지역 시민운동가들의 협력과 소통의 장이다. 이달부터 첫번째로 열리는 이 강좌는 1년 4학기 과정으로 해마다 20여명 안팎의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를 선발·초청한다. 시민운동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이들의 현장 경험을 공유한다는 취지다. 아시아 유명 석학들의 집중강의도 준비돼 있다.
올해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몽골, 필리핀 등에서 온 10명의 외국 시민운동가가 초청됐다. 이들의 생활비와 학비는 5·18재단, 현대, 성공회대, 일반인 후원 등을 통해 전액 지원한다.
이 강좌의 기획·진행을 맡고 있는 허성우 성공회대 교수는 “70~80년대에 많은 서구 나라들의 지원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을 이룬 것을 떠올려야 한다”며 “이제 아시아 시민사회 발전을 선도하고 헌신할 수 있는 지도자와 활동가를 길러내는 데 한국이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신소영 수습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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