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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이명박 정부 1년 토론회


“선거로 들어선 정권 스스로 정당성 허물었다”

이명박 정부 1년 토론회, 총괄·리더십

‘촛불’뒤 위기 전면화되며 민주주의 거꾸로 돌아가

성과주의로 여론 합의 경시…소통 막아 고립 자초

이세영 기자

» ‘이명박 정부와 한국 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18일 서울 동국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위기와 퇴행의 물결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경제는 10여 년 전 외환위기 상황으로, 남북관계는 1990년대 중반 ‘조문파동’ 직후로, 민주주의는 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촛불시위 강경진압과 집시법·언론관계법 개악 시도, 일제고사에 협조하지 않은 교사들의 연쇄 파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재개발 참사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었음직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이명박 정부를 두고 ‘경찰국가’ ‘신개발독재’ ‘민간 파시즘’이란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 대한민국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겨레>는 오는 25일로 출범 1년을 맞는 이명박 정부의 공과를 진단하고 생산적 미래상을 모색하기 위해 18일 서울 동국대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주의연구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세교연구소,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참여사회연구소, 코리아연구원 등 7개 진보적 싱크탱크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정치 △경제 △사회 △통일·외교의 4개 세션과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박정희 시대의 ‘우익적 포퓰리즘’을 연상시킨다.”(조희연·서영표 성공회대 교수)

“민주주의적 수사를 내걸었으나, 1년도 안 돼 군부 권위주의 시대의 리더십으로 회귀했다.”(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 리더십에 대한 연구자들의 평가는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공고화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발표한 조희연·서영표 교수는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고 비판했고,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다룬 김호기 교수는 “집권적 권위주의로의 퇴행”을 문제 삼았다.

»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서영표(성공회대 교수), 김호기(연세대 교수)(왼쪽부터)

■ “비민주적으로 계획하고 권위적으로 관철”

조희연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한 서영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권위주의로의 회귀 △선별적 포섭과 배제 △이전 정부와의 정책적 단절로 정리한 뒤, 이것을 “노무현 정부의 ‘포퓰리즘적 의사민주주의’와 구별되는 ‘개발주의적 권위주의’의 특징”으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여론을 수렴한 뒤 비민주적으로 결정”했다면, 이 대통령은 “비민주적으로 계획하고 권위주의적으로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비민주적 행태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초기에는 옛 개발독재 정권과 구별되는 ‘신보수 정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했으나, 촛불시위가 지배 블록 내부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며 순치됐던 억압적·권위주의적 관성이 전면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국가기구 내부의 억압적 관성이 용이하게 표출될 수 있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위·여성부 축소, 과거사위원회 통폐합 등 이전 정부와의 ‘정책 단절’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을 다지기보다 새로운 균열 지점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 정권의 경우 과거 정권과의 단절을 시대적 과제로 요구받지만, 보수 정권이 진보적 정책을 역전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투쟁의 성과를 무화시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포섭한 중도적 대중들을 이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론’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을 민주주의 문제로만 인식할 때는 ‘절차로서의 민주주의’의 덫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복원만 주장할 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노동계급에 대한 포용 △개발주의에 대한 제어 △시장과 공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피플 프렌들리’가 필요하다

김호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 행태를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으로 발현되는 ‘집권적 권위주의’로 규정했다. 문제는 시이오형 리더십에 내장된 ‘성과 중심주의’다. 절차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 중심주의는 여론과 합의 과정을 경시하게 만들어 국민과의 소통에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변화하는 사회의 특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구식 권위주의 방식으로 회귀함으로써 정당성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시민사회와의 소통 시스템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이익사회인 현대사회에서는 갈등을 일방적으로 부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치권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물론, 통치 파트너인 시민사회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촛불시위와 금융위기라는 두 개의 사건은 우리 사회가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긴밀히 결합된 이중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며 “경제위기를 수습하려는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이것이 다시 정부의 선택 폭을 좁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위기 탈출의 방법으로 이명박 정부에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권위주의 리더십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하라는 것.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아니라 ‘피플 프렌들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경제위기를 고려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나아가 시민사회와 새로운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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