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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조희연-연합에 앞서 분열하면서 각축하라

조희연-연합에 앞서 분열하면서 각축하라


신계급사회적 현실에서 열린우리당 같은 중도자유주의 세력은 분화 중…민주세력의 급진적 의제화 전략 필요, 지지를 얻기 위한 각축을 벌여야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① 개혁 대 반개혁 구도 대신 신계급사회 찬반 구도


△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보수가 현존하는 질서를 지키려고 한다면, 진보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현존하는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지향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변화한다. 독재 아래서 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독재와 반독재였다. 1987년 이후에는 반(민주)개혁 대 개혁이었다. 민주화 20년, 민주정부 10년, 참여정부 5년을 경과하면서 민주성과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영향 속에서 ‘신계급사회’적 현실이 출현했다. 민주개혁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혁 대 반개혁의 전선이 존재하지만 점차 전선은 신계급사회의 현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 대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세력의 대립 구도로 변화해가고 있다.


민주정부 10년은 반독재 민주화 세력, 즉 독재 시대의 진보 세력의 일부가 집권 세력으로 존재한 시기이다. 현재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은 중도자유주의 정당이고, 민주노동당이 진보 정당이며, 제도정치 외부의 급진 진보 혹은 좌파적 진보 세력도 존재하고 있다. 현재 중도자유주의적 세력은 분화하고 있다. 민주개혁이라고 하는 의제에만 집중하는 ‘정치적 개혁주의’ 세력과 신계급사회의 현실에 응전하려는 ‘사회경제적 개혁주의’ 세력으로 분화하고 있다. 신계급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신계급사회적 현실을 시장 지상주의 관점에서 옹호하는 신보수적 세력과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를 지향하는 사회경제적 중도 시장주의 세력, 그리고 급진 진보 세력의 대립 구도로 변화해가고 있다.


② 모든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환원하면 안 돼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 혹은 민주개혁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존재해왔다. 이제 한국 사회는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시대정신을 둘러싼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거의 예외없이, 아시아에서 민주화의 도정에 있는 많은 민주정부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정부의 위기에는 참여정부 통치 세력들의 주체적 오류와 한계가 핵심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제약 효과, 미디어 보수 세력과 사회적 보수 세력의 저항, 진보 일반의 반신자유주의적 대안의 취약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모든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환원하는 ‘위기 인식의 타자화’를 뛰어넘어, 위기의 복합성을 인식하고 참여정부의 실패 요인들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하는 더 풍부한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에는 참여정부 통치 주체들의 고유한 실패 요인과 진보 일반의 한계를 반영하는 실패 요인이 공존해 있다. 진보 세력은 후자에 대해서 정당한 성찰적 자기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③ 한나라당의 의제화 억제 전략에 맞선 사회적 개헌론


열린우리당이 개헌 의제화 전략을 구사하고자 했다면 한나라당은 탈의제화 전략 혹은 ‘의제화 억제’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세력은 ‘사회적 개헌론’을 통해서 사회적 개헌 의제들을 제시하고 개헌을 의제화하면서 그것을 급진화하는 전략으로 개입했어야 한다. 일종의 급진적 의제화 전략이다. 부동산,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문제, 경제에 대한 공적 규제 등 민주노동당이 급진적으로 의제화하고 싶어하는 사안들은 헌법 논의의 공간을 이용해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사실 한나라당은 개헌에서 민주노동당과는 정반대로 시장주의적 원칙, 사적 소유의 원칙, 정부의 부당한 개입 금지의 원칙 등 보수적인 방향으로 개헌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개헌 의제화를 억압하려는 자신들의 전략 때문에, 이러한 ‘헌법의 보수적 개정’ 요구를 공개화하지 못하는 역설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나 열린우리당은 ‘원 포인트’ 개헌이라고 하는 제한된 개헌만을 제시해놓고 있다. 최소 의제를 중심으로 ‘개헌 당위성’만을 이야기하는 형국이다.


기본적으로 양당 구도 속에서 ‘급진적 의제화’ 전략이라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한나라당이 압도하는 국면, 대중들도 다른 대안이 없어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면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몰락, 인기 없음을 맘껏 활용할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제기하는 ‘정당한’ 의제들도, 혹은 민주노동당 등이 급진적으로 전유해야 할 의제들도 주변화하거나 의제화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균열을 활용하고, 그 균열을 급진화해 전유하려는 새로운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④ 정치적 연합 되는 경우 정책의 빅딜을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 세력이 이미 제도정치에 진입함으로써 ‘비판적 지지’의 시대는 종결됐다. 중도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진보정치 세력 미정립기의 현상일 뿐이다. 참여정부 아래서 가속화된 신계급사회의 파괴적 결과 때문에, 신개발주의로 무장한 신보수주의적 대안과 비전에 대중들이 경도돼가고 있다. 중도자유주의 세력의 ‘거대한 실패’에 매개되어 나타나는 ‘신보수주의의 헤게모니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 과제로 제기돼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한국에서 ‘신보수주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중도자유주의 세력이나 진보 세력은 성찰적 자기혁신을 통해서 새롭게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각축과 노력을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세력이나 중도자유주의 세력들은 분열하면서도 자기쇄신을 통해 각자가 대중의 지지를 재획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도자유주의 세력의 경우 분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마도 분열된 중도자유주의 세력의 연합후보의 형태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단계에서 민주노동당과 중도자유주의 세력은 연합을 사고할 필요가 없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대안 프로젝트를 가지고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에라야, 대선 막판 국면에서 중도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정치 세력 간의 정치적 연합의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실패로 인해 중도자유주의 세력이 대중의 신뢰를 재획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정치적 연합의 필요성도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치적 연합이 되는 경우, 정책의 빅딜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주노동당이 맡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비정규직 철폐 등을 공통의 정책으로 하는 연합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⑤ 정치적 개혁주의에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로


중도자유주의 세력이나 진보 세력은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먹고살 수 있는 비전과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심적으로 ‘지구화 시대의 대안적 사회국가’ 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치 세력이나 진보적 민중운동, 좌파운동은 더욱 급진적인 비전을 제출하고 이를 선도해야 한다. 중도 세력들도 참여정부의 위기를 직시하면서 ‘성찰적 자기혁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중도자유주의적 세력 내부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파괴적 결과를 성찰하는 분파들은 자신들을 ‘정치적 개혁주의’에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중도 세력들이 정반대의 방향을 위기 극복의 정답처럼 생각하고 있다. 전환은 중도 세력 내부에서도 주도 집단이 바뀌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미래 구상’과 같이 신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정치운동이 의미를 가지려면 공공성과 사회경제적 개혁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면화해 이러한 단절적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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