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숙. (2021). 한국전쟁 전후 여성 민간인 학살과 전시 성폭력 — 1기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 기록을 중심으로. 사회와역사(구 한국사회사학회논문집), 131, 61-100.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한국전쟁 전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최초로 전문적으로 조사한 기관이며, 관련 보고서는 163편이 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 보고서에는 군경에게 학살된 여성 피살자에 관한 통계와 분석은 없다. 이 논문에서, 나는 진실화해위 보고서 163편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성 피살자 통계를 작성하고 주요 사례를 분석했다. 집계 결과, 보고서들에 기록된 신원 확인 희생자는 17,407명이었고, 그중 여성은 약 12%인 2,159명이었다. 여성 피살자 중 한국 군경에 의한 피살자는 1,371명(64%), 미군에 의한 피살자는 788명(36%)이었다. 그리고 미성년자가 34%를 넘었다. 가족과 함께 학살됐다고 기록된 여성은 73%에 달했다. 연좌제 때문에 대살(代殺)된 여성은 24%였고, 그중에는 가족‧일가 단위 학살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보고서들에는 성폭력 관련 학살 사례가 수십 건 기록되어 있었다. 대살이나 가족 단위 학살은 여성만 겨냥한 학살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사유로 학살된 여성이 많았던 것은, 여성을 가족의 부속물이자 재생산 도구로 간주했던 가부장제 하에서 일종의 ‘종족 청소’의 논리를 ‘적성(赤性 빨갱이) 가족’에 적용해 이들을 절멸하고 재생산을 방지하려는 동기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군경이나 미군에 의한 초토화 작전 과정에서 여성과 아이가 상대적으로 많이 학살되었다. 이 작전은 ‘적성(赤性) 지역’으로 간주한 지역의 모든 주민을 학살하고 모든 자산을 파괴하는 전략으로, ‘반공 종족주의’ 논리를 지역 차원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전쟁 전후에 가족 및 지역, 종족, 국가의 재생산 주체인 여성이 다수 학살되는 과정에 관철된 반공주의와 군사주의적 가부장제는 반공 근대국가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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