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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4일 한겨레21] 권력을 위한 탈법과 불법

권력을 위한 탈법과 불법 [2012.05.14 제910호]

[김동춘의 폭력의 세기 vs 정의의 미래]


강남 룸살롱 사장에게서 거액의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경찰들

경찰의 부패는 권력 쫓고 국민 업신여기는 반인권적 불법의 이면

1982년 4월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의 오지마을에서 우범곤 순경이 총기를 난사해서 반나절 만에 주민 56명을 사살하고 35명에게 총상을 입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경찰 사상 최악의 대량살상 사건이 발생했다. 오지로 좌천당한 데 따른 불만과 사귀는 여인과 결혼할 수 없던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일개 순경이 평소 알고 지내고 같이 술 마시던 동네 사람들을 이렇게 무참히 살해한 것은 단지 그가 총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무리 성질이 고약한 순경이었기로서니 아무 죄 없는 시골 주민들을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시 한국 경찰들이 민간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주민들 증언에 의하면, 우 순경은 이 지서에 온 뒤 주민을 상대로 활동비를 갈취했고, 이장을 지낸 사람들은 경찰과 공무원들에게 술 받아다주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강남 유흥가 대통령’이 된 ‘산골 대통령’

지난 4월22일 검찰은 서울 강남의 룸살롱 사장 이씨에게 총 2억5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이아무개(42) 경사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며 2007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40회에 걸쳐 2억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4월14일 이 경사 등에 이어 이씨에게서 평균 5천만원씩 1억5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 3명을 추가 구속했다. 경찰은 2010년 이씨의 경찰 로비 의혹을 조사해 전·현직 경찰관 63명이 이씨와 통화한 사실 등을 밝혀내고 이 중 39명을 징계 처분한 바 있다.


시골 동네 이장이 순경들에게 막걸리를 받아주거나, 강남 룸살롱 사장이 경찰에게 수십억원을 상납하는 일은 전혀 다른 때에 다른 곳에서 발생한 완전히 동일한 사건이다. 과거의 ‘산골 대통령’이라는 제왕적 권력이 오늘의 부자동네 제왕, 즉 ‘강남 유흥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경찰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일선 경찰이 민간인이나 업자들의 조그만 꼬투리를 잡아서 겁박한 다음 그들을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는 권한을 지녔고, 말단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을 견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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