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만들기의 전쟁정치: 지배질서로서 유신체제”,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통권 21호, 2012 상반기
<한국어 초록>
유신체제는 국제정치적 차원에서의 냉전질서의 이완이 그 질서에 의존했던 국가들을 위기에 빠뜨려, 역설적으로 오히려 반공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강화시켜 정치체 내·외부 간의 경계 짓기를 극단화하고, 조작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적을 만들어내고, 적의 존재를 통해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했다. 적, 즉 공산주의를 악마화하면 할수록 내·외부의 경계는 더욱 엄격해지고, ``밖``의 사람들이 비인간화되어 가혹하게 처벌을 받으면 받을수록, 안의 사람들도 더욱더 노예적 상황에 처할 위험성이 있다. 권력이 국가위기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으나 그것을 뒷받침할 정도로 외부의 적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내부의 적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체제유지를 위해 국가 내에서 평소에 잠재적 적으로 규정되었던 사람들은 실질적인 적, 즉 간첩으로 ``조작``되었다. ``간첩 조작``과 ``간첩 처형``, 그리고 온 국민적 ``간첩 색출`` 작업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극단적 국가주의, 공포의 조성은 인간의 내면성을 유린한다. 이런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스스로를 사상 검증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